-이관직 목사(총신대 신대원 은퇴교수) -

하나님과 ‘연결 짓기’ 하는 접근을 통해 회복하도록 하는 방안을 몇 가지로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영적 침체에 있는 성도나 목회자에게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감과 믿음을 활성화하도록 도전하는 것이다. 임마누엘 하나님은 사망의 어두운 골짜기를 통과하는 침체기에도 동일하게 임재하시는 분임을 신뢰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믿음은 특히 침체기에 더욱 요청된다. 하나님이 응답하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신앙조차 혼돈에 빠질 때에도 하나님은 성도를 결코 떠나지 않으시며, 버리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둘째, 성도 개인의 과거 삶에서 여러 번 겪었을 수도 있는 침체기에도 동행하시고 역사하셨던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기억하도록 질문하는 것은 유용하다. 침체기에는 우울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억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이 먼저 떠오르며 불안과 두려움에 취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신앙적인 사고와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 보이지 않으며 말씀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영원토록 살아서 역사하시는 삼위 하나님을 향하여 시선을 고정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별 변화가 없는 현상에 시선을 두면 침체의 늪에 점점 빠져들고 우울해진다. 우울해지면 생각과 시선은 부정적인 것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우울한 상태에서 보는 시각은 온전할 수 없다.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으며 하나님의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의 눈으로 소화할 수 없다…

넷째, 복음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마틴 로이드-존스는 영적 침체에 대한 회복 방안으로서 복음 교리의 회복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복음의 핵심과 뼈대를 붙들어야 한다. 영적 침체기에 논쟁이 되는 사소한 교리나 신앙적인 이슈와 씨름하는 것은 어리석다. 성도의 삶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와 연결 짓게 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흑암 중에도 임재하시며 인도하신다. 인간의 눈에는 침체이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변화와 성화 그리고 영화로 가는 ‘잠정적인 광야’일뿐이다. 하나님은 성도의 침체기에 당황해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큰 그림을 갖고 계시며 침체기에도 “뜻하시는 바”(meaning)를 갖고 계신다. 이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동일시하면 침체기를 통과하는 성도는 덜 당황하며 덜 화가 난다. 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힘을 빼고 하나님께 삶의 통제권을 맡기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적 침체 자체를 죄로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침체가 이어져 신앙에서 떠난다면 그것은 죄이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신앙은 항상 무드가 떠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적 침체를 쉽게 정죄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영적 침체도 필요해서 허용하시는 하나님의 큰 뜻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관직, “영적침체의 심리적 원인과 상담,” <목회와 신학> (2021년 6월호) 원고 중에서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