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집사(부부2 다락방) -

요한복음 2장에는 너무 유명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가나의 혼인잔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혼인잔치에 청함을 받아 참석한 손님이었다. 하지만 잔치가 계속되던 중 포도주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된다. 잔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수많은 손님들을 대접할 대량의 포도주를 어디서 당장 구해올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하인들이 마리아의 지시에 따라 예수님의 명령대로 행하였을 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이 벌어지게 된다. 어쩌면 하인들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냐’라며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였을 때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이 된다.

손님은 잔치를 즐길 뿐이지 잔치에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인들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손님이 나서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더라도 지시를 받은 하인들이 ‘손님. 이 문제는 저희들이 해결할 테니 손님께서는 잔치를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하인들이 이 믿기 힘든 지시에 따르고 순종하였을 때, 예수님은 더 이상 잔치의 손님이 아닌 잔치의 주관자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그리스도의 집으로 만드는 과정도 가나의 혼인잔치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마음속 집으로 들어오시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예수님을 초대하고 문을 열어드려야 한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벌어진 기적이 예수님이 초대를 받아 잔치에 참석하신 것에서 시작한 것처럼 예수님이 우리 마음의 집의 주인이 되는 과정도 우리가 예수님을 우리 마음속으로 초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예수님은 문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계 3:20) 예수님은 우리가 들어오시라고 청하지 않으면 먼저 들어오시지 않으신다.

다음 단계는 공유다. 모든 것을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도 알고 계셨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먼저 나서지 않으시고 기다리셨다. 그리고 포도주가 떨어진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였을 때야 비로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행하셨다.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의 집 안으로 들어오신 뒤 이 책에서 그런 것처럼 그냥 거실 소파에 앉아 계시게만 둔다면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고해야 한다. 우리 마음과 생각, 행동의 모든 것들을 우리가 스스로 예수님께 털어 넣고 공유할 때 예수님께서 우리 삶의 주인이 되셔서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예수님이 주인이심을 인정해야 한다. 하인들이 예수님을 손님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지시를 내릴 권한이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순종하였을 때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 예수님이고, 그분이 우리의 모든 문제와 고민에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임을 인정하고 내 삶의 주권을 그분께 맡길 때 내 삶이 온전히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주인공은 열심히 마음의 집을 치우고 정리하였지만 한 방을 치우면 다른 방에 먼지가 쌓이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주님, 당신은 손님이었고 제가 주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제가 하인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저와 이 집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인공의 고백처럼 예수님이 주인이 되고, 우리가 하인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책의 말미에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시고, 주님께서 주시는 깊은 평화가 우리 영혼 위에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