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협동목사(부부4 다락방) -

현대인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싫어한다. 감정 또한 그렇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싫어하면 “싫어한다” 즉각적으로 표현한다. 온라인상에서는 ‘엄지 척’과 ‘뒤집어 놓은 엄지 척’ 모양의 이모티콘 중 하나만 클릭하면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연인들은 이별 통보도 카톡으로 한다고 한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둘 때도 사직서를 써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카톡으로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상사에게 보내놓고 다음날부터 휴대폰을 끄고 잠수탄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밤을 새워 연애편지를 쓰던 이야기들은 어느새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고백도 빠르고, 헤어짐도 빠르다.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사직서를 써서 옷 주머니에 넣어놓고도 그것을 제출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며 갈등하는 사람들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점점 빨라져만 가는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바빠 죽겠는데 자꾸만 묵상하라고 한다. 화가 나 죽겠고, 어떤 사람이 너무 싫어서 멀리하고 싶은데 자꾸만 하나님의 뜻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찬송도 짧은 거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5절짜리 찬송가를 부르고 후렴도 계속 반복해서 부른다. 설교도 20분만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40분이 넘는다. 내 기도도 급한데 자꾸만 중보기도를 하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요즘 세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 기독교다.

많은 사람들이 악플에 상처를 받는다. 악플엔 묵상이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쓰고, 눈에 보이는 대로 비판하는 것이 악플이다. 묵상이 없으면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마음으로 악플을 단다. 스스로를 저주하고, 스스로를 비판한다. 마침내는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는 묵상이 필요하다. 묵상이란 무엇인가? 묵상을 조금 유연하게 해석하자면 “잠깐 멈춤”이라고 할 수 있다. 건널목을 건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잠시 멈추고 주변을 살피고 건너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가장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인생의 순간마다 잠시 멈추고 내가 가는 길과 가야 할 길을 한 번씩 살피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방향이 잘못되면 헛수고일 뿐이다. 시편 기자는 “복있는 사람”은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라고 말한다.(시편1편) 이삭은 해가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아내인 리브가를 맞이한다.(창세기 24장) 느헤미야는 민족이 포로로 끌려간 가운데 민족의 죄악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다가 왕의 술 맡은 관원장이 된다.(느헤미야 1장) 에디오피아 여왕의 국고를 맡아 관리하는 한 내시는 수레를 타고 이사야서를 묵상하다가 빌립을 만나 복음을 듣고 세례를 받게 된다.(사도행전 8장) 대학에 다닐 때 즐겨 불렀던 찬양이 있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 마다’라는 찬양이다. 거기에 이런 가사가 있다. ‘인생에 어려운 순간마다 주의 약속 생각해보네, 내 맘 속에 믿음 잃지 않고 말씀 속에 위로를 얻네’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묵상의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말씀 속에 위로를 얻는 귀중한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